열린 마음을 가진 진보주의자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4장 리뷰

원문 링크: https://www.unqualified-reservations.org/2008/05/ol4-dr-johnsons-hypothesis/


한국어 번역본 링크: https://natsuken00.blogspot.com/2024/10/4.html



이 글은 커티스 야빈(필명 멘시우스 몰드버그)가 "첫 번째 휘그(Whig)는 악마였다"는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 박사의 격언을 통해 진보주의의 본질에 대한 도발적인 가설을 제시하는 내용이라고 요약될 수 있음.


우선, 몰드버그는 자신의 개인적 배경과 진보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며 글을 시작함.


몰드버그의 조부모는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불렀지만, 실제로는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 공산당의 실제 당원이었음. 이러한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몰드버그는 현대 진보주의가 과거 공산주의 운동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음. 


현대 진보주의를 사이언톨로지와 비교하며, 겉보기에는 전혀 다르지만 심층 구조에서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고 주장함. 진보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교양 있고 합리적인 사람들이지만, 사이언톨로지처럼 권력을 장악하면 자발적으로 물러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고 봄.


그 다음으로 몰드버그는 문명 사회를 여론과 권위의 관계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음.


제3형 사회(열린 사회)는 칼 포퍼가 말한 이상적인 사회로, 사상들이 현실과의 일치도에 따라 경쟁함. 좋은 아이디어가 나쁜 아이디어를 이기며, 지식인들의 경쟁적 본성이 진실을 추구하게 만듬. 현실은 하나이므로, 똑똑하고 진실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진실 주변으로 모이게 됨.


제1형 사회(충성 사회)는 정부가 사상을 조정하는 사회임. 공론은 국가 안보의 문제가 되며, 국가는 "좋은 생각"과 "나쁜 생각"을 구분하여 전자를 보상하고 후자를 처벌함. 이런 사회에서는 중앙 조정이 필수적이며, 모든 정보 기관들이 하나의 "시놉시스(synopsis)"를 통해 세상을 바라봄. 역사적으로는 신정일치 체제, 파시즘, 공산주의 등이 이에 해당함.


제2형 사회(합의 사회)는 몰드버그가 제시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괴벨스 없는 글라이히샬퉁(Gleichschaltung)"이라고 표현함. 중앙 권위 없이도 자발적 조정이 일어나는 사회로, 언론과 대학이 국가를 통제하는 형태임. 제1형 사회와 달리 강제적 권력 왜곡 대신 "매력적 권력 왜곡"이 작동함.


여기서부터가 재밌는 부분.


몰드버그는 현대 서구 사회가 제3형 사회, 즉 열린 사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2형 사회(합의 사회)에 해당한다고 주장함. 하버드와 예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같은 주류 진보주의 성향의 언론이나 대학 등과 같은 비선출 권력기관들이 모두 비슷한 진보주의적 세계관의 지적 산물들을 생산하며, 마치 자전거 경주의 펠로톤처럼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고 보고 있음. 이들 기관들은 명확한 중앙 조정 없이도 하나의 시놉시스를 형성함.


몰드버그는 이러한 주류 기관들의 집합을 "대성당(Cathedral)"이라고 명명했음. 대성당은 주류 학계, 언론, 교육 기관을 포괄하며, 이들이 생산하고 전파하는 통합된 세계관을 "시놉시스(Synopsis)"라고 부르고 있음.


그렇다면 왜 하필 진보주의 성향의 비선출 권력기구의 집합들을 '대성당'이라고 부른 것일까? 몰드버그가 대성당이라는 명칭을 선택한 이유는 원문의 각주에 명확히 설명되어 있음.


"이 용어는 실제 대성당들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물론 비종교적 반동주의자들조차도 실제 대성당들은 사랑한다. 주요한 수사학적 요점은 시놉시스를 전파하는 자들이 공공연히 세속주의와 유사 평등주의를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신권정치적 사제 계급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진보주의적 세계관을 전파하는 이들이 표면적으로는 세속주의와 평등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신권정치적 사제 계급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임. 그리고 왜 대성당이라 부르는지는 중세 시절 유럽의 대성당의 특징과 비교해보면 더욱 잘 알수 있음. 중세 유럽의 대성당들은 종교적 교리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중심지였음. 거기다가 종교적 정통성의 원천이자 교리적 통일성과 권위 구조를 가진 곳이었음. 즉, 중세 유럽의 대성당의 매커니즘과 유사하게 현대 서구의 진보주의적 지적 생태계도 진보주의 세계관을 생산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하며 현대 사회에서 지적·도덕적 정통성의 원천 역할을 도맡으며 진보주의에 대한 교리적 통일성과 집단 내부에서 권위 구조를 지니고 있음. 따라서 "대성당"은 현대 진보주의 기관들의 종교적 권위 구조와 교리 전파 기능을 꼬집는 신랄한 은유인 셈.


그리고 대성당의 지적 세계관을 시놉시스라고 부르는 이유는 다음과 같음. 몰드버그는 제1형 사회(충성 사회)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정보 기관들이 synoptic하다"고 표현함. 즉, 이들이 "하나의 눈, 하나의 교리 체계, 하나의 공식 스토리"를 통해 세상을 본다는 뜻임. 여기서 "synoptic"은 "같은 관점에서 보는" 또는 "통합된 시각으로 보는"이라는 의미. 그래서 몰드버그는 현대 주류 기관들이 생산하는 통합된 세계관을 "Synopsis"라고 명명한 것임. 이는 마치 제1형 사회의 공식 교리처럼, 모든 주류 기관들이 공유하는 하나의 통합된 관점이라는 뜻임. 또한 "synopsis"라는 단어 자체가 "개요" 또는 "요약"이라는 뜻도 있는데, 이는 복잡한 현실을 하나의 일관된 내러티브로 정리해서 제시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음. 즉, 중앙의 조정자 없이도 마치 하나의 공식 교리서처럼 작동하는 통합된 세계관이라는 의미에서 "Synopsis"라고 부른 것임.


그리고 몰드버그에 따르면, 오늘날의 시놉시스(진보주의적 세계관)는 근대사 최초의 '합의사회' 운동인 종교개혁으로부터 시작된 계보의 직계 후손이라고 함. 종교개혁에서 계몽주의로, 그리고 현재의 진보주의로 이어지는 연속선상에 있다는 소리. 1945년 이후 서구 체제는 종교개혁 이전이나 반계몽주의 세력들에 대해서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었으며, 이를 "휘그의 천년왕국"이라고 부름.



"첫 번째 휘그(Whig)는 악마였다"는 새뮤얼 존슨 박사의 가설을 계속 이어나가서 이번에는 자유주의(Liberalism)의 변천을 설명함. 19세기 자유주의자들(휘그당, 급진파)은 경제적 자유를 주장했음. 왜냐하면 당시 그들의 적은 토리당 귀족들이었고, 이들이 곡물법 같은 보호주의 정책으로 특권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임. 그래서 19세기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자유무역과 경제적 자유가 주류 입장이었음. 하지만 20세기 초가 되자 상황이 바뀜. 구 귀족제는 이미 몰락했고 왕권과 교권이 결합된 전통 체제는 거의 사라졌음. 19세기 기준으로 보면 거의 모든 사람이 "급진파"가 된 상황이 되었음. 즉, 자유주의자들 입장으로서는 싸울 적이 없어진 상황임. 그러자 진보 운동은 새로운 목표를 찾아야 했고, 이제는 사회주의적 방향으로 전환하여 경제적 중앙집권화와 국가 주도의 복지(공적 자선)를 추구하게 되었다는 얘기. 핵심은 진보주의가 일관된 원칙을 가진 게 아니라, 권력 획득에 유리한 방향으로 계속 변화한다는 몰드버그의 주장. 19세기엔 자유주의가 유리했으니 자유주의를, 20세기엔 사회주의가 유리하니 사회주의를 택했다는 소리.


또한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가 정치적 견인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실질적 권력을 장악한 대성당에 반대하기 때문이고, 둘째, 권력을 얻어도 정부 확대를 믿지 않아 추종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줄 메커니즘이 없기 때문이며, 셋째, 반(反)대성당적 보수주의자들에게 어필하거나 대성당에 아부하려고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며 지적함.


4장의 결론부에는 모든 진보주의의 원칙들이 겉보기에는 고상하고 숭고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권력 장악이라는 목표와 일치한다고 결론지음. 진보주의는 사회의 상태보다는 자신의 권력에 관심이 있으며, 천국에서 섬기기보다는 지옥에서 다스리기를 원하고, 그 목적을 위해 어떤 천국이라도 지옥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함.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진보주의자들이 더욱 위험하다는 소리.


충성 사회를 뒤로한 채 합의 사회에서 열린 사회로 나아갈 방법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으로 4장이 마무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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