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체제라는 매트릭스와 2030 청년들

더불어민좆당이 부르는 ‘극우’라는 단어는, 그저 자신들의 뜻을 전면으로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편의상 분류하기 위하 부르는 용어에 불과하다. 그게 ‘대안우파’라 불리는 진짜배기 우파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건, 조금만 관찰해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분을 이해하려면, 우선 지금의 청년들이 무엇 위에 서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

청년들은 놀랍게도 586세대가 구축한 87체제 세계관에 이의없이 순응한다.

의사·변호사·공무원이라는 전문관리직과 대기업을 지향하고 인서울 명문대 선호는 물론이고, 온갖 자랑할 지위신호와 명분에 집착한다.

586은 이걸 ‘민주화’라는 포장지로 싸서 팔았다.

MZ세대는 그 포장지를 그냥 찢어버렸다. 포장지가 찢어지고서 남은 건 날것의 욕망인 동시에 기성세대가 숨기던 그 속살이다.

청년세대가 체제에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불만의 방향이 기묘하다. ‘이 체제 자체가 부패했다’가 아니라, ‘체제가 잠깐 오작동했다’고 믿는다. 마치 부서진 시계가 배터리만 갈면 다시 맞을 거라는 듯이. 시험만능주의·공정성 예찬 같은 태도는 여기서 나온다. 세상은 원래 완전했고, PC·페미니즘·기성 정치라는 약간의 바이러스만 제거하면 재부팅된다는 논리다.

문제는, 2030세대 역시 WWE적 세계관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것. WWE가 각본이라는 틀에서 크게 못 벗어나듯이, 소위 깨어있다는 2030 청년들마저 87체제의 틀 안에 갇혀있다.

과거에는 명문대를 서연고로 나누던 것이 지금은 서성한·중경외시·건동홍숙·국숭세단·광명상가라는 미친 듯한 세분화로 변했다.

연봉, 살고있는 아파트, 타고 다니는 차까지 지위 나누기에 집착할 때 거론되는 소재들.

체제를 부수는 대신, 체제 속 바닥을 다지고 그 위에서 1cm라도 높이 서려는 시도다.

이와 같이 욕망이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난 형태는 기성 권력층으로부터 ‘이기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공격당하기 쉽다.




비록 좌빨 언론 시사인의 뉴스이지만, 이 뉴스가 시사하는 바는 흥미롭다. 이 뉴스에서는 '서울 거주 경제적 상층일수록 극우'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하면 좌파 언론에서 극우라 불리는 이들조차 강남좌파들 못잖게 현 체제에 순응하거나 기득권의 이익을 누리는 집단임을 은근히 시사한다. 따라서 이른바 소의 ‘젊은 극우’ 세력 역시 결정적인 국면에서는 체제 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이 보유한 자격증·학력·경력 등이 쓸모없어지니까.

그러나 현 시점은 전 세계적으로 리버럴리즘·글로벌리즘의 신화와 포스트모던 문법이 동요하는 과도기이며, 이로 인해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동시에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 또한 위기에서 마냥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이는 불가피한 역사적 국면일 수 있다.

향후를 전망할 때, 다음과 같은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나 싶다.

1. 기존 87체제 민주정 문법에서 탈피하지 못한 채 욕설이나 지껄이는 헬적화된 대안우파가 나오는 시나리오. 기성 보수(?) 정당보다는 그나마 더 급진적일 수 있으나 이 역시도 정치적 창의성은 결여된 상태이고, 성공적으로 좌파들을 처리까지는 못해낸다는 점에서 암울한 시나리오.

2. 민좆당 계열과 국민의짐 계열이 기존 WWE식 대립 구도를 지속하며, 세계적 흐름과 단절된 채 구세대 규범을 계승한 ‘자칭 젊은 청년 정치인’만을 재생산할 가능성.(그나마도 진작에 손주를 봐야할 노인네들이 여전히 여의도를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 이 역시 끔찍한 시나리오.

조센 사회의 폐쇄적 구조를 고려하면 위 두 가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향후 세대에서 기존 87세대 민주정 문법을 무시하거나 초월할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이 툭 튀어나온다면 그 과정에서 진정한 의미의 ‘대안우파’가 탄생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혁신적 정치 세력이 형성될지도 모른다.

물론, 영웅은 갑자기 한 순간에 튀어나오지 않으며, 조센 사회의 역사는 한 사회 내의 뛰어난 인물을 끊임없이 견제하다가 결국 마녀사냥해버린 역사의 반복임을 고려해보면...미래의 밝기는 내 닉네임 정도만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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