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저 《국가와 혁명과 나》中 붕당에서 공당으로, 세대교체를 통한 새로운 정치풍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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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당에서 공당公黨으로, 세대교체를 통한 새로운 정치풍토를

정치는 한 국가와 사회의 기초이자 그 결과이다. 이 정치가 먼저 올바른 위치를 잡지 못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우리의 역사나 구 정권 시의 모든 부패와 무능을 통해 충분히 실감한 바 있다. 본바탕이 가난한 땅인데 어찌 거기에서 알찬 수확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므로 새로운 정치풍토의 조성은 실로 국가의 기틀을 잡는 일차적 임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러면 당면한 한국정치에 있어 새로운 풍토의 마련이란 무엇인가.

일체의 전근대적이고 봉건적인 요소를 털어 내고 체질의 개선, 세대교체 등이 그것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본인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소신을 피력하고자 한다.

첫째, 과거의 ‘사람 중심’에서 앞으로는 ‘이념 중심’으로 그 방향키를 돌려 잡는 것이다.

이제까지 정당과 정치활동은 이념 중심이 아니라 몇몇 특정 인물을 구심점으로 유지되던 집단이익 활동에 불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정당이 긍정적인 ‘이념’과 ‘의식’의 연결체가 아닌 ‘감정’의 집단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 이름만 공당(公黨)이지 죄다 붕당(朋黨)으로 타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

붕당이란 국가나 민족을 위한 것이 아닌, 개인들의 이익에 얽매이는 영합체이다. 이런 붕당이 다른 당의 배척을 기본으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그들은 외관상, 그리고 형식상으로는 일단 정당의 체제를 가장한다. 그러나 하는 일이란 순전히 자체의 이익에 대한 몰두다. 따라서 이들의 목표는 언제나 정권의 쟁취일 뿐이다.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극한투쟁을 마치 정치인 것처럼 자행한다.

이들은 또한 정권 쟁취를 위해 국민들에게 이념을 밝히기보다 감언(甘言)과 선동을 무기로 삼는다. 우리가 ‘사람 중심’의 붕당으로부터 ‘이념 중심’의 공당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도 그와 같은 ‘시커먼 속마음’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다.

붕당이 ‘사람’과 ‘계보’와 ‘이해관계’의 결산이라면 공당은 ‘철학’과 ‘이념’과 ‘정책’을 기본으로 하고 그 구성원은 ‘실력’으로 선발한다. 붕당의 문이 편협하고 배타적인 데 비해 공당은 개방적이요 보편적인 이유는 그 때문이다. 또한 붕당은 대개 감정적이고 비타협적이며 파괴적이나, 공당은 이성적이고 상호 협력, 협조적이며 건설적이다. 당연히 붕당은 그 신진대사가 봉건적이고 계보적인 데 비해 공당은 진취적이며 능력 본위이다. 붕당은 그 운영이 비밀스럽고 음모적인 반면 공당은 공개적이며 양성적으로 활달하다.

공당과 붕당이 이처럼 확연히 다른데도 왜 우리는 붕당에 질질 끌려다녔던 것일까. 그것은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우리를 속였기 때문이다. 구 정객들은 하나같이 자기 당이야말로 천하 공당이라고 우리를 속였다. 이제 우리는 과연 어느 당이 공당이고 어느 당이 붕당인가를 판별할 수 있는 정치적인 안목을 길러야 할 것이다. 이 붕당의 타파와 공당의 육성, 바로 이것이 한국정치가 직면한 급선무이다.

둘째, 한국적인 새로운 지도이념의 확립이다.

우리 정치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지도이념의 결핍이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 지도원리로서 군림해 온 것은 건전한 이념이 아니라 전근대적인 봉건사조와 사대적 의타관념의 두 가지 형태였다. 그러나 적어도 한 사회의 지도자가 되려면 자신의 인생관의 확립과 함께 지도이념에 신념을 가져야 한다. 특히 서구적인 민주주의의 직수입을 한국적인 체질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애국의 이념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민족사회 건설에 있어 그 지도자는 먼저 자신의 이념 확립을 선결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셋째, 세대교체에 관한 것이다. 정치적인 바탕이 마련되고 지도원리가 확립되었다 해도 결국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람’의 사고와 행동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하면 만사 헛일인 것이다. 우리는 이 ‘사람’을 얻기 위해 과감한 세대교체를 주장한다.

교체의 범위나 방법은 인사에 관한 문제인 이상 상당한 연구와 주의를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한 인위적인 방법으로는 집권세력의 강력한 지원과 퇴진 대상의 자진후퇴가 있겠다. 그리고 나서고자 하는 사람의 스스로에 대한 솔직하고 겸손한 태도인 자아겸양(謙讓)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가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은 인위적인 집행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불행하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오직 국민들의 자각으로 구 정치세력을 도태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실정에서 봤을 때 이는 아직 이상론에 가깝다.

새로운 정치풍토의 확립을 위해서는 각 분야의 중견층과 시민의 대표 세력이 시대적인 신흥 세력으로 등장하여 이념 상, 정책 상, 사회 운용 상 전기를 마련하는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이는 새로운 역사의 엄숙한 요청이요 국민의 진정한 바라는 바이다. 본인은 이 나라와 새로운 민족사회의 창건을 위하여 이와 같은 신세력의 진출을 크게 열망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정치풍토에 다시는 전과 같은 독선, 부패, 무능이 빌붙지 못하게 만들고 분파와 파쟁을 정리하며 소영웅주의자와 이름을 팔아 행세하는 자들을 청소해야 한다. 아울러, 말 대신 실천하고 게으름 대신 성실하며 다투기보다 협조하며 파괴하기보다는 건설하는 미풍(美風)을 심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맑고 산뜻한 새로운 사조는 민족제일주의, 경제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국가사회를 건설하는 영원하고도 줄기찬 신념이 되어야 한다.

박정희 저 《국가와 혁명과 나》210p~2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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