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음을 가진 진보주의자들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11장 요약 및 리뷰

원문 링크: https://www.unqualified-reservations.org/2008/06/olxi-truth-about-left-and-right/


한국어 번역본 글 링크: https://natsuken00.blogspot.com/2025/08/11.html


한 줄 요약하자면, 몰드버그(커티스 야빈)가 ‘좌파’와 ‘우파’를 단순 진영 논리가 아니라, 더 깊은 원칙의 차이로 설명하는 글이라고 하면 될 듯.


일단 글은 하나의 사고실험으로 시작됨. 가상의 행성 ‘어플랫’이 있는데 이 곳에는 좌·우 대신 M과 Q라는 두 정치 원칙이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함. M과 Q 둘은 서로 모순되는 세계관이며, 어느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이 틀릴 가능성이 높음. 그리고 Q가 M보다 항상 더 ‘유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식인 계층에서 특히 그러함. 하지만 ‘인기’가 진실과 일치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음.


그 다음엔 결국 M과 Q가 각각 뭘 의미하는지에 대한 얘기가 나옴. M은 노모스(nomos), Q는 안티노미언(antinomian) 에 각각 대응됨. '노모스'는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역사적으로 구체적인 사회적 및 정치적 행동의 습관 또는 관습을 말함. 명시적 법률과 자연법이라던지 전통 이런 것들이 '노모스'라고 보면 됨. 즉 '노모스'를 지키는 원칙은 프로노미어니즘(pronomianism)인데 이는 곧 약속과 재산권, 소유권, 보호 위계 등을 존중하고, 강하고 작지만 효율적인 주권(권한 없는 주체)이 사회 안정의 핵심이라고 인정하는 사상인 셈. 그리고 이 프로노미어니즘을 따르는 사람은 프로노미언(pronomian). 이에 반해 안티노미언은 '노모스'를 파괴하거나 방해하려는 경향을 보임. 즉 안티노미언의 성향을 띤 사상은 antinomianism이라 불리우게 됨. 그리고 이 사상은 프로노미어니즘과는 달리 법과 질서를 해체·재분배하려 하며, 종종 권력 쟁취와 파괴적 변화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임. 그리고 이 안티노미어니즘의 예시로는 리버테리어니즘, 급진주의, 무정부주의, 각종 혁명사상 등이 포함됨.


그리고 이 안티노미어니즘의 매력과 위험성에 대한 설명이 쭉 이어짐. 안티노미어니즘은 권력·파괴 본능, ‘변화’ 명분, 이상주의가 결합되어 젊고 야심 있는 계층에 인기가 있음.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재산·권력을 지속적으로 재분배해야 지지층을 유지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비효율과 관료주의를 심화시킴. 이에 대해 역사적으로도 강한 국가보다 약한 국가에서 비효율적 관료제가 번성한다고 주장함.


그 다음엔 프로노미언의 입장에 대해서 얘기가 나옴. 현재의 부패한 질서 속에서도 노모스의 뼈대를 복원해야 하고, 불필요한 법·관료를 제거하고 약속·재산권·보호체계를 강화시키고, 강하고 단순하며, 경제적 인센티브로 약속을 지키는 국가를 이상적으로 보는 것이 진정한 프로노미언이다~ 이런 소리.


결국 아까의 사고실험에서 M(프로노미언)는 우파이고, Q(안티노미언)는 좌파를 뜻함. 그리고 우파의 순수 원칙인 ‘노모스’는 희석되기 쉽지만, 이를 단일·명확한 정치 원칙으로 제시하면 강력한 조직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함. 


해당 챕터의 결론은 첫째로 좌파-우파의 본질을 ‘질서 존중(프로노미언)’ vs ‘질서 파괴(안티노미언)’라는 구조로 재정의한 것. 그리고 둘째로 우파가 승리하려면 불필요한 장식 없이 이 노모스라는 원칙을 전면에 내세워 조직해야 한다는 것.


p.s. 해당 챕터에서 보면 중공과 베트남에 대해 흥미로운 문장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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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물론, 제대로 된 공산주의 진영을 제외하면, 권력 누수와 그로 인한 관료주의의 궁극적인 사례는 인도의 악명 높은 허가 라지(Permit Raj)였다. 그것은 여전히 어느 정도 존재한다. 말할 필요도 없이, 만약 그 아대륙(subcontinent)이 이윤을 기반으로 운영되었다면, 허가 라지는 좋은 사업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아주 재미있게도, 그리고 명백한 아이러니를 모르는 듯,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신문은 최근에 한 기사를 실었는데, 그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베트남이 많은 회사들에게 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인 이유는 바로 정치적 안정성이다. 중국처럼, 베트남은 명목상 공산주의 일당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이 시스템은 반대 의견을 억누르고, 군대를 엄격하게 통제하며, 정부 정책과 지도자를 천천히 바꾼다.


"공산주의는 더 큰 안정성을 의미합니다"라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아시아 경영진들 사이에서 흔한 견해를 대변하며 텍스홍(Texhong)의 최고재무책임자 슈 씨(Mr. Shu)가 말했다. 최소한 몇몇 미국 경영진들도 동의하지만, 그들은 공식적으로는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태국과 필리핀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은 군사 쿠데타와 불안정성에 더 취약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2006년 9월 태국에서 발생한 군사 쿠데타 이후, 외자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민족주의적 법안을 부과하려는 시도가 잠시 있었지만, 완료되지는 못했다.


"그것은 우리가 외자 투자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냈습니다. 이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망가뜨렸습니다"라고 재무장관인 수라퐁 수브웡리(Surapong Suebwonglee)가 방콕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말했다.


아이러니하다! 물론, 어쩌면 이것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도 있다. 오언 래티모어(Owen Lattimore)와 같이 절차적 결과를 조작해 중국을 마오쩌둥에게 넘겨준 '중국 전문가'들이 공산주의자들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주된 이유가, 그들이 너무도 강력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은 주요 관심사가 아편과 어린 소년들처럼 보였던 장제스(Chiang Kai-Shek)와 달리, 잔혹하게 세뇌된 인민해방군(PLA) 사단들을 자기편으로 삼아 아시아에서 정말 위대한 일들을 할 수 있었다.


5천만 명의 죽음과 전통적인 중국 문화의 소멸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바로 그 힘이다. 중국에는 안티노미어니즘이 거의 없다. 그들은 전체주의적 허세를 오직 한 가지 간단하고 쉽게 복종할 수 있는 규칙으로 축소했다. "당의 권력에 도전하지 마라." 그 결과, 비록 심각한 결함이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자본주의 국가가 되었다. 기사에서 묘사하듯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사업을 하기에 가장 좋은 곳 중 하나임은 확실하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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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인용문은 강한 국가 권력과 정치적 안정성이 경제 효율성을 어떻게 담보하는지를 베트남·중국·태국·필리핀의 사례를 비교하며 보여준 것이라 보면 됨. 


인도의 허가 라지는 수많은 관료 승인 절차와 허가증이 필요한 비효율적인 규제 체제임. 이를 몰드버그는 이것을 ‘권력 누수’(state power leakage)로 보고, 강한 권력 없이 관료가 스스로 일감을 만드는 약한 국가의 전형이라 평가했음. 이에 이어서 몰드버그는 만약 인도가 ‘이윤 기반 운영’을 했다면 이런 체제는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함. 


그리고 몰드버그가 뉴욕타임즈 기사를 인용하면서 권위주의 국가의 아이러니한 면모를 강조함. 베트남은 ‘명목상 공산주의 일당제’인데, 이 구조가 반대 의견 억압과 군대 강력 통제 그리고 지도자·정책 변화 속도의 완만함이라는 특성을 가진다고 주장함. 그리고 이는 ‘정치적 안정성’으로 이어져, 오히려 외국 기업이 선호하게 만든단 소리. 재밌는게 이에 대해서 뉴욕타임즈 기사 내에서 기업 경영자들은 “공산주의는 더 큰 안정성을 의미한다”고 말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내용이 나옴. 그에 반해 태국, 필리핀 등 민주주의(?) 국가들은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서 외국 투자자 신뢰를 흔들어댔다는 내용. 


이 뉴욕타임스 기사에 대해 몰드버그가 평하길, ‘아이러니하다’고 하면서, 사실 공산주의 정권이 ‘좋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너무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함. 이에 이어 미국의 ‘중국 전문가’ 오언 래티모어가 중국을 마오에게 넘겨준 이유도, 국민당의 장제스보다 마오의 인민해방군이 더 강력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함. 뭐 마오 집권 후 5천만 명이 죽고 전통 문화가 파괴됐지만, 남은 것은 그 ‘강력한 통제력’이었으니 아무튼 좋았쓰~라나. 


결국 몰드버그는 이런 '안티노미어니즘’이 거의 없는 중공의 모델을 호의적으로 본 것. 중공은 전체주의적 요소를 “당의 권력에 도전하지 마라”라는 단 하나의 규칙으로 단순화함. 그 외 영역에서는 강력한 국가 통제 덕에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자본주의(?) 국가 중 하나가 됨. 즉, 몰드버그가 말하고자 한 바는 '강한 국가·정치적 안정성 → 기업 활동에 최적 환경'이다... 이런 소리.


근데 여기서 개인적으로 든 의문 하나. 몰드버그가 호의적으로 평가한 중국을 보면 정작 2010년대 후반~2020년대 들어서는 탕핑족, 바이란족이 늘었는데, 이건 몰드버그가 칭찬한 중국의 노모스적인 부분이 붕괴되었다는 소리인가?


어쩌면, 중공의 강력한 권위주의 체제는 계속 되고는 있으나 내적 인센티브 구조가 무너져 국민이 노모스(약속·책임·질서)적 참여를 거부하는 방향으로 가버린 것이 아닌가? 결국 그 중공마저도 자신들이 성공한 길을 잊어먹고 헤매고 있는 것 아닌가? 


일단 내가 보기엔 탕핑족과 바이란족이 늘어난 원인은 이거라고 생각한다. 첫째, 권력의 목표 변화가 달라져서. 과거엔 무지성으로 경제 성장·생활 개선이 1차 목표다라는 헝그리 정신이 있었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배도 부르겠다~ 정치적 통제 강화와 이념 통일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경제개발과 생활 개선을 너무 방치한 탓에 국민들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 약화시켜버린 셈. 둘째는 바로 그 경제적 인센티브 약화임. 부동산 거품, 청년 실업, 사회 이동성 감소가 심각해졌으니, “노력하면 나아진다”는 합의가 깨졌으니, 중공 국민들이 '노모스'를 무조건 따르는 게 바보가 되버리는 상황. 셋째, 고질적인 문제이긴 하나 중공의 부패한 관료들이 너무 많아서. 탁상행정을 일삼고 인마이포켓을 너무 일삼으니 이제는 효율적 행정이 안되고, 관료들이 기업·개인의 생산 활동을 제약해버리는 현상이 시진핑 정권 들어 심해졌다 이런 소리.


결국 일단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했으면 어느 정도 국민들에게 경제·사회적 활력을 담보하는 그런 희망같은 걸 줘야하는데 지금의 중공은 그럴 의지도 없고 능력도 부족해진 상태다 이렇게 보면 될련지도. 닉 랜드도 그렇고 결국 NRx가 좋게 보는 중공의 모델은 태자당 및 습가군의 모델보다는 상하이방 모델(고전적으로는 덩샤오핑 모델. 허나 덩샤오핑 모델은 이제 되돌아가기 힘들 듯).


그리고 베트남도 보면 정책적 안정성도 있고, 동남아권에서는 나름 잘 사는 편이나, 아직 중진국 함정에서 못 벗어난 것이나 베트남 남자들이 베트남 여자들보다도 게으른 것이나 부패가 판치는 함정이 있는데 이를 몰드버그는 그냥 못보고 넘긴 듯.


중진국 함정은 노동집약적 제조업·저임금 경쟁력으로 승부하던 중진국이 임금상승 이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 실패하면서 성장률 둔화, 소득 정체, 생산성 증가 둔화가 발생하는 현상. 몰드버그는 이 점을 무시하고, 당시의 제조업·외자 유입 호황만 보고 긍정 평가했다고 보면 될 듯. 뭐 근데 2008년에 적은 글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베트남 여자들이 월등히 베트남 남자의 노동 참여율을 압도하는 것은 과장이지만서도 전세계적으로도 노동 참여율이 높은 편. 


https://news.tuoitre.vn/vietnamese-womens-participation-in-labor-force-high-above-global-average-ilo-10359658.htm


https://tradingeconomics.com/vietnam/labor-force-participation-rate-female-percent-of-female-population-ages-15-national-estimate-wb-data.html


https://www.indexmundi.com/facts/vietnam/indicator/SL.TLF.CACT.FM.ZS


시골 쪽도 베트남 남자들이 매우 게으르다고 하면 과장이나, 도시 지역에선 베트남 남자들이 밖에서 놀 때 베트남 여자들이 부업·가사·양육을 하는 경향이 있는 편.


이를 보면, 권위주의 체제의 ‘안정성’이 이런 미시적 생산성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부패 문제야, 중공의 부패 얘기는 아까 짚고 넘어간 바 있고,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도 해당되는 얘기. 근데 몰드버그라면 베트남 고위층의 부패마저도 ‘안정성을 해치는 요소’라기보다, 권력 유지의 한 요소로 간주했을 거라 이건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몰드버그 센세가 중공이나 베트남 이런데서 based(?)한 체제 유지를 위해 건설 현장 노가다라도 해보지 않는 이상, 얘네도 나사빠진 구석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깨닫긴 힘들 것. 이제 야빈 아재도 쉰 넘은 컴돌이 아재니 괜히 그런 일하다 골병 들어서 되려 진퉁 빨갱이가 되버리거나 아님 탕핑족으로 전향할련지도 모르겠다만 이는 농담의 영역. 


다르게 말하자면, 이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권위주의 국가들도 좀 제대로 체제 정비하고 자강론할 때가 되었다고 보는 게 진정한 교훈일 듯.


그리고 NRx가 거시적인 영역에서의 분석은 훌륭하나, 미시적 영역에서의 분석은 어쩌면 또 다른 도구를 사용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무자격적인 유보'적 입장을 내며 이 글을 마치겠다.


아무튼 재밌는 글이었음. 


함께 보면 좋은 글들: https://quillette.com/2022/06/11/curtis-yarvin-the-good-the-bad-and-the-ugly/


https://saisreview.sais.jhu.edu/the-silent-parallels-of-us-china-rivalry-a-clash-of-power-not-models/


https://www.tabletmag.com/sections/news/articles/red-pill-prince-curtis-yarvin?s=03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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