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본을 지키기 위한 필수 조건
일본 열도 전역에서의 미군 접근권 확대와 방위비 GDP 대비 3% 증액… 정치학자 “미국이 일본을 지키기 위한 필수 조건”
2025년 12월 20일 (토) 09:15
중국의 압력에 노출되어 있는 일본. 동맹국인 미국이지만 일본을 지지하는 공식 성명은 단 한 차례도 내놓지 않았다. 정작 유사시 미국은 일본을 지켜줄 것인가. 인도·태평양 지정학과 강대국 간 경쟁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기독교대학(ICU) 정치학·국제관계학 교수 스티븐 R. 나기(Stephen R. Nagy)는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하는 가운데 일본의 군사력은 지나치게 취약하다. 일본은 지금까지 회피해 온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한다.
■ 다카이치 정권이 직면한 현실은 가혹하다
25년 전, 내가 미·일 동맹 연구를 시작했을 당시 도쿄에서의 논의 중심은 “일본이 방위 책임을 단계적으로 늘려야 하는가”라는 문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논의가 불충분해 보일 만큼 국제 정세가 심각해졌다.
중국 해경국 선박들은 거의 매일 센카쿠 열도 주변을 탐색하고 있고, 북한의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넘어 날아간다. 러시아는 베이징과 평양 양측과의 군사 협력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대응은 여전히 신중하기만 하다. 마치 아직 수십 년의 여유가 남아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단 하나만 잘못 판단해도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말이다.
다카이치 정권이 직면한 현실은 가혹하다.
일본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안보 파트너로 변모하든지, 아니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채 지역을 지배하려는 중국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말뿐인 파트너로 남든지,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미국의 정부 관계자들과 학자들 역시 공유하고 있는 인식일 것이다.
일본은 정치권이 의도적으로 회피해 온 문제들―주권, 군사적 존재감, 그리고 진정한 동맹에서의 부담 분담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 트럼프 시대의 동맹 불안
최근 중국이 일본에 가한 경제적 압박에 대해 워싱턴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미국의 신뢰성에 관해 오랫동안 잠재해 있던 의문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11월,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한 이후 베이징은 일본 전반의 SNS를 무대로 조직적인 허위정보 캠페인을 전개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오염되었다는 거짓 주장을 퍼뜨리는 한편, 일본 제품에 대해 비공식적인 경제적 제한을 가했다.
이때 백악관은 도쿄를 지지하는 공식 성명을 단 한 차례도 내놓지 않았을 뿐 아니라, 중국의 경제적 압박을 비판한 미국 고위 관료 역시 단 한 명도 없었다.
의도된 협상 전술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한 무관심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이러한 침묵은 우려스러운 패턴을 반영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동맹국인 일본의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미·중 간의 양자 거래를 노릴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일본은 이 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워싱턴이 일본과의 장기적 동맹 관계보다 중국과의 단기적인 무역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 기존의 군사적 위협을 넘어
일본의 안보 과제는 전통적인 군사 균형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은 경제·정보·기술을 무기화하는 다층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중국의 허위정보 캠페인은 하룻밤 사이에 일본의 산업을 붕괴시킬 수 있다. 사이버 공격은 핵심 인프라를 겨냥하고, 공급망에 대한 의존은 강제의 수단이 된다. 베이징이 소비자 보이콧이나 규제상의 괴롭힘을 설계할 때, 시장 그 자체가 무기가 된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 발언 이전부터 일본은 이미 회색지대 전쟁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 반일 담론을 확산시키는 조직적 봇 네트워크, 지식재산권 절도, 대만의 존재를 인정하는 기업에 대한 경제적 압박, 해양 권익의 점진적 침식 등이 그것이다.
영토 방어와 제한적인 전력 투사에 초점을 맞춘 일본의 현행 방위 태세는 이러한 위협들 가운데 어느 것에도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중 간의 군사력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군사비 지출은 일본의 502억 달러의 약 6배인 2,960억 달러에 달한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잠수함은 22척인 반면, 중국은 70척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연례 보고서는 일본 항공자위대가 약 290기의 전투기를 배치하고 있는 데 비해,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은 2,000기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다.
한편 SIPRI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에 9,160억 달러를 방위비로 지출했지만, 해외 개입을 줄이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대한 점은 중국이 자국 연안에서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전력 투사 능력을 발전시키는 한편, 기존의 방위비 개념만으로는 맞서기 어려운 경제·정보전까지 습득했다는 사실이다.
핵 문제는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미국 과학자 연맹에 따르면 중국은 약 5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추정 1,000기로 확대될 전망이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군비통제협회에 따르면 약 30~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수 분 내에 도쿄에 도달할 수 있는 운반체계를 개량하고 있다.
■ 워싱턴이 실제로 요구하는 것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기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동맹국은 “자신의 지역에 대한 주된 책임을 져야 하며”, “집단방위에 훨씬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NATO 동맹국들은 이제 방위비를 GDP의 5%까지 늘리라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일본은 현재 2%에 불과하다). 미국은 안보 공약을 비용 대비 효과, 즉 ‘가성비’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기여하는 동맹국은 지원을 받겠지만, 이른바 ‘무임승차’하는 국가는 설령 공식적인 조약이 존재하더라도 워싱턴으로부터의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그동안 “다른 나라에 너무 많은 것을 퍼줬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본 정치인들이 그동안 답변을 회피해 온 질문이기도 하다.
“일본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단순히 중요한 존재에 그치지 않고,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실제로 무엇이 필요한가?”
■ 이제는 국민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
다카이치 정권은 일본이 오랫동안 미뤄 온 국민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즉, 일본 국민에게 다음의 세 가지 선택지와 그에 따른 결과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선택지 1: 현상 유지.
방위비는 GDP 대비 2% 수준에 머물고, 미군은 기존 기지에 집중 배치되며, 일본은 단계적인 군사 현대화를 계속한다. 당장의 안도감은 유지되지만, 워싱턴의 지원이 약화되는 가운데 장차 고립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선택지 2: 방위비를 GDP 대비 3.5~4%로 대폭 증액해 독자적인 영토 방위 능력을 확대한다.
주권은 극대화되지만, 정부 추산으로 연간 2,000억~2,50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재정 부담이 추가된다. 또한 이러한 역량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긴 전환 기간 동안 일본은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선택지 2에서처럼 대규모의 재래식 무기 지출조차도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최소한의 핵무기만으로도 체제가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침략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핵 보유 이후 대규모 분쟁을 피해 왔다. 러시아가 핵보유국이라는 지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대응을 제약하고 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의 안보 보장을 신뢰하고 소련 시절의 무기를 포기했지만, 결국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다.
핵 공격을 받은 유일한 국가인 일본에게 비핵 3원칙을 재검토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큰 도전일 것이다.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국은 핵무기를 확대하고 있고, 북한은 핵무기 운반 체계를 개량하고 있다. 자국의 군사비를 늘리지도 않은 채 미국 군대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미국 정부가 일본을 위해 미국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선택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본은 타국의 핵 공격에 대비해 자국의 군사력을 확대해 자위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미군에 의존할 것인지, 각각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지를 검토해야 할지도 모른다. 즉, 다음과 같은 방안이다.
선택지 3: 일본 열도 전역에서 미군의 접근을 확대하고, 방위비를 GDP 대비 3%로 증액해 동맹의 통합을 심화한다.
이를 통해 일본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필수적인 존재가 되고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제공하게 되지만, 외국 군대의 주둔 확대와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지속적인 의존을 받아들여야 한다.
■ 국민 교육의 필요성
앞서 제시한 선택지 3의 내용은 나 개인의 견해만이 아니라, 미국 정부 관계자, 정책 담당자, 언론인들의 의견을 종합한 것이라고 이해해 주기 바란다.
세 가지 선택지를 조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어느 경우든 충분한 정보에 기초한 국민적 지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다카이치 정권과 방위 당국, 안보 전문가들은 일본이 직면한 난제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높일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타국의 위협, 군사력 격차, 그리고 현실적인 정책 선택지에 대해 정직하고 끈질긴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일본은 오랫동안 자국의 안보 문제를 미루는 방식으로 번영해 왔다. 이러한 태도는 이른바 ‘안보 KY 증후군’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자국의 안보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지 못하고, 정책으로 대응하지도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헌법 해석만으로 침략을 억제할 수 있다.”
“외교적 선의로 전쟁을 막을 수 있다.”
이런 말들을 종종 듣지만, 적대적 의도를 가진 국가들이 과연 이런 마법 같은 말에 귀를 기울일까.
정치권이 논의를 의도적으로 회피해 온 결과, 오늘날의 일본인들은 세계의 군사적 균형, 동맹의 구조, 전략적 트레이드오프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도 이상주의를 내세우는 지도자를 선택해 버린다. 앞서 언급한 선택지 3을 실행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와 같은 ‘군사 대국’을 표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방위비 없이 평화를 유지한다.”
“미국과의 동맹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중국을 억제한다.”
“자국 방어의 책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주권을 지키고, 미국이나 중국 어느 쪽에도 따르지 않는다.”
이와 같은 달콤한 허구가 아니라, 국민은 사실에 근거해 선택할 권리를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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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R. 나기(Stephen R. Nagy)
국제기독교대학(ICU) 정치학·국제관계학 교수
도쿄의 국제기독교대학(ICU)에서 정치학·국제관계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일본국제문제연구소(JIIA) 객원연구원을 겸임하고 있다. 근간 예정 저서로는 『미·중 전략적 경쟁을 헤쳐 나가기: 적응형 중견국가로서의 일본』(가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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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독교대학 정치학·국제관계학 교수
스티븐 R. 나기
원문 링크: https://news.yahoo.co.jp/articles/66be0ce33d2b547c82f89b008c1d5a2f830cb492?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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