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스테이트에 대한 블랙필

딥스테이트에 대한 블랙필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은 아마 ‘반동적 의식의 세 단계’라고 부를만한 과정을 어느 정도 겪어본 사람일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이 여정 속에서 지금의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혹은 아직 1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2단계에서 버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부터 그 여정을 단지 묘사할 뿐이다. 격려하려는 마음 없이, 그저 그대로 펼쳐 보일 것이다.


1단계: NPC 상태에서 레드필을 이제 막 접한 단계


당신은 음모론자라고 불릴만한 유형의 누군가로부터 글로벌리즘, 다극 체제, 영미 패권, 그리고 가장 금기시되는 주제인 엘리트 네트워크 내 유대인 영향력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장면을 우연히 접하게 된다.


이 때 당신의 첫 반응은 진보주의적 교육을 통해 정교하게 조정된 것이다.


“물론 미국 외교 정책에도 문제는 있고, 이스라엘의 행동에도 잘못이 있지만… 그렇다고 대안이 있을까? 더 나은 체제가 있나? 솔직히 음모론처럼 들리는데...”


이건 딥스테이트의 인식론적 틀 안에서 생각하는 사람의 반응이다. 당신은 문제 그 자체는 분명히 볼 줄 알지만, 그 문제를 초래한 근본적 이데올로기적 운영체제를 넘어서는 사고를 하지 못한다. 딥스테이트는 당신을 훌륭히 길들였다.


개별 정책, 개별 정치인, 개별 전쟁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절대로 질문할 수 없는 것인 진보주의·민주주의·인본주의 프레임 전체의 정당성은 건드릴 수 없다.


2단계: 레드필로의 각성, 그리고 회의감


그러다 어느 순간, 각성하게된다. 비주류적인 담론을 주로 다루는 음지의 인터넷 공간을 접하게 된다. 그러면 그동안 억눌러둔 패턴 인식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잠깐. ‘유대인 문제’라는 게 완전히 터무니없는 얘기만은 아니잖아?”

“영미 문명은 정말 다른 문명과 사고방식이 다르네.”


“글로벌리즘은 실제로 일관된 이해관계가 있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잖아.”


“오 이런. 이길 수 없겠는데. 동양은 영미권의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를 절대 따라잡지 못하겠어.”


이 경험은 굉장히 강렬하다. 당신은 레드필을 삼켰고, 매트릭스 바깥을 보게 되었으며, 진보주의가 서구 권력에 맞서는 풀뿌리 저항이 아니라 서구 권력의 공식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이해한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들어맞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제 당신은 ‘딥스테이트’와 그것의 작동 방식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 당신은 더 똑똑해진 것 같다. 깨어나 동굴 밖으로 나왔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레드필에는 치명적 문제가 있다. 그것 역시 결국 ‘약’이다. 감정적 버팀목에 불과하다.


3. 블랙필을 향한 여정


시간이 지나면서 도취감은 사라진다. 그리고 새로운 질문들이 떠오른다.


“문제를 이해한다고 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딥스테이트의 사고방식은 아예 다르잖아. 그들은 수 세기 동안 ‘권력’이라는 것을 공고하게 해왔는데, 우리는… 도대체 뭘 해온 거지?”


“다극 세계가 정말 대안일까? 아니면 똑같은 권력 게임을 다른 플레이어가 반복하는 것뿐일까? 문명의 논리는 그대로인데 테이블에 앉은 사람만 바뀐 건 아닐까?”


“반(反)글로벌리즘 세력도 결국 통제된 반대파라면? 그들은 하루 종일 음모론적 분노에 빠져 있지만 정작 실제 권력 구조는 손도 못 대잖아.”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앵글로색슨 문명은 그 온갖 문제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부와 권력을 만들어냈잖아. 우리는 지금 그 혜택을 기생적으로 누리고 있고. 이걸 완전히 무시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마침내 이런 결론에 이른다.


“그냥… 내 인생을 즐기며 살면 되는 거 아닐까?”


어두운 의미에서의 깨달음


세계 체제와 문명이 쇠퇴기에 들어설 때, 개인의 행위와 능력은 전세계적 차원에서는 사실상 미미하다.


우리는 지금 확장하는 시기가 아니라 수축하는 시기에 있다. 급진적 정체의 시기는 사실상 실제에 가까우며, 개척지는 닫혔고, 쉽게 얻을 ‘낮은 과실’은 이미 모두 따였다.


인문학, 정치, 기술 분야에서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을 여러 면모로 눈여겨보면 우리는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삶은 우리와 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스트레스 없는 전지전능함 같은 것은 없다. 그런 건 허구에만 존재한다. 우리 시대의 승자들은 가장 똑똑한 사람도, 가장 강한 완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소위 기득권이란 것들은 적절한 타이밍과 적절한 장소, 적절한 아이디어, 적절한 운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전형적인 천재는 무명 속에서 생을 마친다. 성공한 기업가의 본질은 “좋은 타이밍에 유능하게 실행한 사람”일 뿐이다.


이것은 골방 속 철학자의 허무주의 따위가 아니라 그저 차가운 현실이다.


딥스테이트는 구제불능이다


그냥 살아라. 어차피 달라질 건 크게 없다. 이 말은 패배처럼 들릴 수 있다.

좌파 진영은 이를 패배주의라 할 것이고, 이제 막 레드필에 입문한 사람들은 비겁함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블랙필에 가까운 사람들은 이것이 바로 삶의 지혜라는 것을 알아본다.


딥스테이트는 고칠 수 없다. 쉽사리 벗어날 수도 없다. 딥스테이트는 음모가 아니라, 좌경 민주주의 체제에서 권력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이 낳은 자연스러운 산물이다.


그것은 반(反)귀납적이다. 당신이 그것을 이해하는 순간, 그 이해는 이미 체제 안에 흡수되어 있다.


결국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셋이다.

• 당신이 딥스테이트를 무너뜨릴 힘이 차고 넘친다고 착각하며 그들과 싸우는 망상을 하며 살기

• 딥스테이트 안으로 들어가 스스로 혐오하던 부류의 존재가 스스로 되기

• 자신의 처지를 그대로 받아들인 뒤,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인 자신의 경험과 삶을 최적화하기


나는 세 번째를 권한다. 이것은 정치적 침묵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아니다.

체제 안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하자. 아름다운 것을 만들 능력이 있다면 만들어라. 가족과 친구를 도울 수 있다면 도와라.


그러나 당신이 지난 수백수천년 동안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문명적 난제를 해결할 존재라는 영웅주의적 환상은 버려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세상은 당신의 문명 회복을 위한 계획이니, 글로벌리스트를 무찌르자는 얘기를 반기지 않는다. 차라리 당장의 쾌락을 쫓으며 몰락하기를 바랄 뿐.


운명을 사랑해라


NPC에서 레드필을 거쳐 블랙필에 이르는 과정은 ‘진리에 가까워지는 여정’이 아니다. 인간의 능력에 내재된 한계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1단계: 체제를 믿는다.

2단계: 체제를 이해한다.

3단계: 체제를 이해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음을 이해한다.


이것이 최종 블랙필이다. 4단계는 없다. 그러니 그저 인생을 즐겨라.


좋은 책을 읽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라. (실제 연인을 못사귄다면 가상의 애인도 좋다. 어쩌면 가상의 존재에 대한 사랑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일지도 모른다.)가능하다면 무언가를 만들고, 할 수 있으면 돈을 벌고, 원한다면 아이를 낳아라. 풀 수 없는 문제를 붙잡고 늘어지지 말고, ‘역사의 영웅이 되겠다’는 환상도 버려라. 정치인을 구세주인 양 붙드는 일도 그만두어라.


그냥 열심히 살아라. 어차피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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