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논리가 안 통하는 이들을 보면 커츠 대령의 어록이 떠오름
다음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 (1979)>의 등장인물인 월터 E. 커츠 (말론 브란도) 대령의 대사:
"내가 특수부대에 있었을 때가 생각난다. 천 년도 더 된 일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예방접종을 하러 어떤 수용소에 들어갔다.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끝내고 수용소를 떠났는데, 한 노인이 우리를 쫓아오며 울고 있었다. 그는 볼 수가 없었다. 우리는 다시 돌아갔다. 누가 와서 접종받은 팔을 전부 잘라버렸더군. 거기에는, 팔들이 한더미로 쌓여 있었어, 작은 팔들이 한더미로. 그리고 난 기억해… 난… 난 울었다. 할머니처럼 흐느꼈다. 이를 다 뽑아버리고 싶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조차 몰랐다. 그리고 난 그것을 기억하고 싶다. 절대 잊고 싶지 않다. 절대 잊고 싶지 않아.
그때 나는 깨달았다. 마치 난 총에 맞은 것 같았다 — 마치 다이아몬드로 쏜… 다이아몬드 탄환이 내 이마를 꿰뚫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맙소사, 그 천재성. 천재성이다! 그런 일을 해낼 의지: 완벽하고, 진짜이고, 완전하고, 수정처럼 투명하고, 순수하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그들이 우리보다 강하다고, 왜냐하면 그 고통을 견딜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괴물이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훈련된 간부들이었다 — 마음으로 싸운 사람들, 가정이 있고, 자식이 있고, 사랑으로 가득한 사람들 — 그런데도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을 가졌더라 — 힘! — 그런 짓을 해낼 수 있는.
내게 그런 사람들로 된 10 사단이 있었다면, 여기서 우리의 문제는 아주 빠르게 끝났을 것이다. 도덕적이면서 동시에 원초적 본능을 이용해—감정 없이, 열정 없이, 판단 없이—죽일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판단 없이! 바로 그 판단이 우리를 패배하게 만든다."
인용 끝.
물론 지옥의 묵시록은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고, 커츠 대령에게 충격을 안긴 대상은 베트콩들이긴 하나...
비단 베트콩뿐 아니라 작금의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의 지하드 전사들에게도 해당되는 듯한 말같달까?
이 대사를 보면 서구 특유의 이성주의와 합리주의, 계몽주의, 인본주의와는 아예 결을 달리하는 비서구 진영의 잔혹한 광기를 잘 표현해낸 대사라고 봐도 무방.
결국 잔혹한 베트콩들에 대항하기 위해 더욱 잔혹해지기로 결심한 커츠 대령은 광기에 휩싸여 아예 탈영을 해버리고, 결국 미 육군 상부와 cia의 명령으로 커츠 대령은 벤저민 월러드 대위(마틴 신)에게 죽임당하긴 함.
사실 이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 소설인 어둠의 심연에서의 커츠도 그랬듯 서구의 엘리트가 비서구적 광기에 휩싸여 타락한 걸 비판한 것과도 결이 비슷하고, 결국 커츠 대령은 군 상부 입장에서 반역자나 다름없으니 죽임당할 수 밖에.
허나 분명한 것은 이성적인 논리와 대화 자체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들의 난포함에 맞서려면 온건한 자세만으로는 도저히 대항할 순 없다는 것.
이성과 논리가 통하지 않는 이들에게 대화를 하겠답시고, 물질적 보상을 통해 꾀려고 하는 경우도 있으나....
무서운 점은 어떤 이들은 그저 세상이 불타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2008)> 중 배트맨/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과 알프레드 페니워스(마이클 케인)의 대화:
[브루스가 조커와 마피아의 관계를 조사하는 장면]
브루스 웨인:
날 노린다고 해서 그들이 잃은 돈을 되찾을 수는 없어. 마피아가 순순히 무너질 리 없다는 건 알았지만… 이건 달라. 선을 넘어버렸어.
알프레드 페니워스:
선을 먼저 넘은 건 주인님이십니다. 그들을 조이고 또 조여서, 절망에 몰리게 했죠. 그리고 그 절망 속에서… 놈들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자를 찾아간 겁니다.
브루스:
범죄자라는 건 단순해, 알프레드. 놈이 원하는 게 뭔지만 알면 돼.
알프레드:
외람되지만, 웨인 도련님… 어쩌면 이번엔 주인님이 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계신 걸지도 모릅니다. 오래전에 제가 버마에 있었을 때의 일입니다. 저와 동료들은 현지 정부를 도왔죠. 그들은 부족장들의 충성을 사려고 보석을 뇌물로 썼습니다. 하지만 라꽁 북쪽 숲에서 어떤 산적이 그 보석 수송대를 습격했지요. 그래서 우린 그 보석들을 찾으러 다녔습니다. 하지만 6개월 동안, 그 산적과 거래했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이가 귤만 한 크기의 루비로 장난치는 걸 보았죠. 그 산적은 보석을 죄다 버리고 있었던 겁니다.
브루스:
그렇다면 왜 훔친 거지?
알프레드:
놀이처럼 여겼기 때문입니다. 어떤 자들은 돈 같은 이치에 맞는 걸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매수할 수도, 협박할 수도, 설득할 수도, 거래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세상이 불타는 걸 보고 싶어할 뿐이죠.
인용 끝.
이처럼 그저 세상이 불타는 것을 바랄 뿐인 광기에 젖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수와 협박, 설득, 거래가 가능할까?
진정으로 강한 자는 저러한 광기를 견지한 채 꿋꿋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일지도 모른다...
야만적인 자를 상대하려면 그보다도 더 야만적이어야 할지도 모른다.
예전의 그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정신으로 다시는 못 돌아올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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