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익 종교인을 향한 불친절한 공개서한 11편
좌우익 종교인을 향한 불친절한 공개서한 11편
Gnon 포획 프로젝트
1. 우주의 무관심과의 조우
H.P. 러브크래프트(H.P. Lovecraft)는 「우주적 공포의 문학」에서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강렬한 감정은 공포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심원한 것은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라고 썼다. 그러나 그보다 한층 더 깊고, 더 차갑고, 더 근본적인 공포가 존재한다. 그것은 우주가 단순히 알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충분히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전혀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공포다. 별들은 우리를 내려다보지 않고, 물리법칙은 우리의 도덕적 바람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시간은 우리의 문명을 위해 멈추지 않는다.
울프 티비(Wolf Tivy. a.k.a. Nyan Sandwich)는 「신을 믿지 마라(Don't Trust God)」에서 러브크래프트의 그 유명한 인용으로 글을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자비로운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 인간 정신이 자신의 모든 내용물을 서로 연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한한 검은 바다의 한가운데에 있는 고요한 무지의 섬에 살고 있으며, 우리가 멀리 항해하도록 의도된 것은 아니었다. (The most merciful thing in the world, I think, is the inability of the human mind to correlate all its contents." — H.P. Lovecraft)"
- <Don’t Trust God>, May 26, 2013 by Nyan Sandwich [보관된 링크: https://archive.md/g30Qa]
그는 이어서 고백한다. 자신은 항상 무신론자였다. 그러나 ‘무신론자’라는 말이 반드시 “신뢰할 만한 신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한때 진화를 자신의 신으로 삼았다. 문명이 무너지더라도, 자연선택이라는 맹목적 과정이 결국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일종의 세속적 섭리에 기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
"진화는 그래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친절하지 않다. '친절'은 단순한 단어 뒤에 있는 매우 복잡한 개념이다. 우주의 무작위적 과정을 통해서는 고철 더미에서 기능하는 747 여객기가 나오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는 친절을 얻을 수 없다. 진정한 힘을 가진 무언가가 의도적으로 친절을 만들어내야 한다. (Evolution isn’t nice, because it has no reason to be. “Nice” is a very complicated concept behind a deceptively simple word. You can’t get Nice by the random processes of the universe any more than you can get a working 747 by random mixing in a junkyard. Something with serious power has to create niceness deliberately.)"
- <Don’t Trust God>, May 26, 2013 by Nyan Sandwich
울프 티비는 여기서 단순한 개인적 환멸을 넘어서는 더 근본적인 통찰을 제시한다. 과학적으로 정직한 무신론이란, 우주가 우리에게 본질적으로 친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다. 진화는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복제되는 유전자들의 차별적 생존을 반복할 뿐이다. 기술은 우리를 구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에너지와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수단일 뿐이다. 민주주의, 인권, 역사적 진보 같은 거대한 세속적 서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바람을 투영한 이야기일 뿐, 우주의 구조 자체가 우리에게 호의적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는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우주의 구조 안에는 끔찍한 일을 막아줄 어떤 내재된 친절함도, 보이지 않는 안전망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 자신과,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취약한 제도들뿐이다.
"우리는 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나를 매우 두렵게 만든다. (We are beyond the reach of god, and that scares the crap out of me.)"
- <Don’t Trust God>, May 26, 2013 by Nyan Sandwich
이 공포는 단순한 존재론적 불안이 아니다. 그것은 정직한 출발점이다. 진보주의자들의 낙관적 역사 서사, 반동주의자들의 "과거의 황금시대로 돌아가자"는 내러티브, 기술 낙관론자들의 특이점(Singularity) 신화 — 이 모든 것들은 사실상 세속화된 종말론이고, 만약 우주에 신이 없다면 어느 것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을 보장하지 않는다.
정직한 무신론은 이 공포를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공포에서 출발해야 한다. 왜냐하면 공포를 회피하기 위해 채택한 세속적 신화들 — 진보, 역사의 올바른 편, 기술의 해방 — 이 결국 커티스 야빈이 말했던 유사-무신론, 세속화된 신학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닉 랜드의 Gnon 개념이 제안하는 것처럼, 판단을 유보하고 현실에서 시작하는 것. 그 현실은 우리에게 친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은 우리가 서 있는 실제 지반이다. 환상 위에 서는 것보다는 낫다.
2. Gnon의 네 기수들
닉 랜드(Nick Land)는 Gnon을 “Nature or Nature’s God”(자연 혹은 자연의 신)의 약어이자 역순 배열로 만들었다. Gnon은 현실 그 자체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믿음과 상관없이 지금 당장 작동하는 것, 미루거나 부정할 수 없는 것, 인간의 소망과 무관하게 우리를 심판하는 모든 과정의 총체가 바로 Gnon이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Gnon은 그 신의 별명이며, 존재하지 않는다면 Gnon은 그 ‘없음’ 자체를 가리킨다. 랜드는 Gnon을 통해 세속적·종교적 모든 환상을 벗겨내고, 냉혹한 현실 앞에 서도록 요구한다.
울프 티비는 「Gnon을 포획하라(Capturing Gnon)」이라는 글에서 랜드의 이 개념을 이어받아 Gnon의 하위 과정들을 네 기수로 정밀하게 분류한다. 이 분류는 단순한 은유적 장치가 아니다. 각각의 기수는 실재하는 힘으로서, 서로 다른 메커니즘과 방향으로 작동하며, 그 총합이 바로 Gnon이다.
"아자토스. 죽음. 진화. 우리의 생물학적 본성을 빚어내고, 누가 살고 누가 죽는가에 따라 우리의 유전적 운명을 인도하는, 맹목적이고 백치 같은 외계 신.
대중적 믿음과 달리, 진화의 목적론은 더 “진보된” 형태로의 진보가 아니다. 그것은 포괄적 유전적 적합성의 몇 퍼센트 향상을 위해 유기체를 무자비하게 비틀고 왜곡하며, 지능과 같은 “중요한” 특성이 생식력에 더 이상 결정적이지 않게 되는 순간, 그것을 냉혹하게 버려버린다. (Azathoth. Death. Evolution. The blind idiot alien god that shapes our biological nature and guides our genetic destiny according to who lives and who dies. Contrary to popular belief, the telos of evolution is not progress to more “advanced” forms; it will ruthlessly twist organisms for a few points of inclusive genetic fitness, and abandon “important” features of an organism (eg. our intelligence) as soon as they stop being critical to fertility.)"
- <Capturing Gnon>, July 13, 2014 by Nyan Sandwich [보관된 링크: https://archive.md/aN2L0]
진화는 우리의 생물학적 본성을 형성하고 우리의 유전적 운명을 이끈다. 그런데 대중적 믿음과 달리, 진화의 목적론은 더 "진보된" 형태로의 진보가 아니다. 그것은 유전적 적합성의 몇 퍼센트 향상을 위해 유기체를 가차 없이 비틀고, 적합성에 더 이상 결정적이지 않게 되면 지능 같은 "중요한" 특성도 내다버린다.
피임과 낙태의 등장은 진화적 안목에서 보면 순간의 트릭이다. 자녀를 덜 갖는 경향이 유전적으로 선택된다면, 결국 그 경향은 도태된다. 하지만 그 "결국"은 수천 년 후일 수 있으며, 그 사이에 문명은 다른 이유로 붕괴할 수 있다.
"크툴루. 전염병. 숙주 진화. 밈학. 유행병. 대중적인 형태가 전파 기관을 장악하고 반복 재생산됨으로써 가장 잘 퍼져나가는 경향.
대중적 의견과 달리, “아이디어 시장”은 진리와 선함을 선택하지 않고 전파력을 선택한다. 진리와 선이 선택되는 것은 대중적 아이디어 전파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진리와 선을 선호할 때에만 가능하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현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크툴루는 천천히 헤엄칠 수 있지만, 그는 오직 왼쪽으로만 헤엄친다.”(Cthulhu. Pestilence. Hosted Evolution. Memetics. Epidemics. The tendency for popular forms to be those most able to propagate themselves by capturing transmission institutions and getting repeated. Contrary to popular opinion, the “marketplace of ideas” does not select for truth and good, but virulence. Truth/good selection only happens if the mass idea-propagation systems structurally favor truth and good, which they often do not. The current result being that “Cthulhu may swim slowly, but he only swims left.”)"
- <Capturing Gnon>, July 13, 2014 by Nyan Sandwich
대학, 언론, 교육, 연예계라는 문화 재생산 기관을 장악한 체계는 구조적으로 좌파적 방향으로만 표류한다. 커티스 야빈의 울트라칼뱅주의 테제가 정확히 지적하듯, 진보주의가 승리하는 이유는 그것이 더 진실에 가까워서가 아니라, 더 강력한 감염·재생산 메커니즘을 가졌기 때문이다.
"마몬. 기근. 자본주의. 기술경제적 최적화. 생산. 어떤 형태가 기술적 자원 활용 기회를 이용해 성공할 때, 그것이 바로 마몬이 작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효율적이고 재활용이 잘 되는 생물 생태계를 갖게 되었으며, 인간의 자본주의는 위대한 기술 작품들을 창조해냈다. 그러나 마몬은 생산의 최전선에 기여하지 않는 형태들을 — 필요하다면 우리 자신까지도 — 무자비하게 재활용해 버릴 것이다. (Mammon. Famine. Capitalism. Techno-Economical Optimization. Production. When a form succeeds by exploiting a technological resource-use opportunity, that is Mammon at work. Thus we have an efficient and recycling biological ecosystem, and human capitalism has driven the creation of great works of technology. But Mammon will ruthlessly recycle forms not contributing to the cutting edge of production, including us, if it comes to that.)"
- <Capturing Gnon>, July 13, 2014 by Nyan Sandwich
"아레스. 전쟁. 정복. 제국. 농업 문명이 승리한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에서 “더 나았기” 때문이 아니라, 영양실조에 이 빠진 100명의 농민이 막대기를 들고서도 가장 건강하고 잘 훈련된 부족 전사 한 명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쟁은 무기를 사용한 계산이며, 그렇게 드러나는 진실은 오직 어느 사회군사집단이 더 강한가 하는 것뿐이다. (Ares. War. Conquest. Empire. Agricultural Civilization won not because it was “better” in our sense, but because 100 malnourished toothless peasants with sticks beats one of even the healthiest and best trained tribal warriors. War is computation with weapons, and the truth thus revealed is simply which sociomilitary group is stronger.)"
- <Capturing Gnon>, July 13, 2014 by Nyan Sandwich
아레스는 힘의 순수한 계산이다. 농업 문명이 승리한 것은 도덕적 우월성 때문이 아니었다. 전쟁은 결국 어느 집단이 더 강한지를 드러내는 물리적·군사적 계산일 뿐이다. 아레스는 약자를 동정하지 않고, 오직 승자만을 인정한다.
이 네 기수 — 아자토스, 크툴루, 마몬, 아레스 — 는 서로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결국 하나의 거대한 Gnon으로 수렴된다. Gnon은 우리에게 친절하지도, 잔인하지도 않다. 그것은 그저 현실일 뿐이다.
3. 인간의 목적론
울프 티비는 이 그논의 네 기수들과 함께 인간 고유의 목적론(telos)을 제시한다. 인간은 조정 문제(coordination problems)에 시달리지 않고 우월한 힘의 위협도 받지 않을 때, 정글의 법칙의 또 다른 대상이 아니라 정원사로서 행동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을 위한 훌륭한 세계를 건설하고 이끄는 경향이 있다. 좋은 것을 선호하고 나쁜 것을 피하며, 광택 나는 인도, 아름다운 예술, 행복한 가족, 영광스러운 모험이 있는 안전한 문명을 만드는 경향.
그러나 이 텔로스는 자동적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Gnon의 네 기수들이 항상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각 Gnon의 구성 요소들은 지금까지 우리를 창조하고, 우리의 생각을 빚어내고, 우리의 부와 지배력을 만들어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런 점에서 그것들은 분명 우리에게 유익했다. 그러나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상황이 바뀌는 순간, 이들 각각은 언제든 우리를 배반하고 우리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진화는 역기능적으로 변하고, 밈적 환경은 점점 더 극단적인 광기를 부추기며, 생산성은 우리가 더 이상 자신의 생존을 감당할 수 없을 때 기근으로 돌변하고, 우리가 군사적 힘을 방치하거나 외부의 강자에 압도당할 때 질서는 혼돈과 유혈사태로 뒤바뀐다. 이 모든 과정들은 본질적으로 선도 악도 아니다. 그것들은 철저히 중립적이며, 러브크래프트가 말한 공포의 의미에서 중립적이다. (Each component of Gnon detailed above had and has a strong hand in creating us, our ideas, our wealth, and our dominance, and thus has been good in that respect, but we must remember that each can and will turn on us when circumstances change. Evolution becomes dysgenic, features of the memetic landscape promote ever crazier insanity, productivity turns to famine when we can no longer compete to afford our own existence, and order turns to chaos and bloodshed when we neglect martial strength or are overpowered from outside. These processes are not good or evil overall; they are neutral, in the horrorist Lovecraftian sense of the word.)"
- <Capturing Gnon>, July 13, 2014 by Nyan Sandwich
이 과정들은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러브크래프트적 의미에서 중립적이다.
4. Gnon을 포획하기 위한 기획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울프 티비의 대답은 "포획"이다. 이것이 문명화 프로젝트의 본질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다음과 같다.
아자토스(진화)에 대해서는 무작위적이고 열생학(dysgenic)적인 자연선택 대신, 신중하고 보수적인 가부장적 제도와 우생학적 방향성을 가진 선택을 통해 인간 유전자를 관리한다.
크툴루(문화적 유전자)에 대해서는 “아이디어 시장”의 무정부적 전파 대신, 진실과 장기적 선(善)을 구조적으로 선호하는 문화·교육·정보 체계를 구축한다.
마몬(기술 및 경제)에 대해서는 무제한적 착취와 단기 최적화 대신,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인간의 존엄과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통제된 기술 발전을 추구한다.
아레스(전쟁·힘)에 대해서는 무력(武力)에 의한 주권을 가진 강력하고 안정적인 위계적 질서를 세워 내부 혼돈과 외부 침략으로부터 정원을 보호한다.
“전 세계를 한 번에 장악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위한 작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정원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Gnon을 야생 상태로 내버려두지 않고, 인간의 목표에 복무하도록 포획하는 것이다. (This need not be done globally; we may only be able to carve out a small walled garden for ourselves, but make no mistake, even if only locally, the project of civilization is to capture Gnon.)”
- <Capturing Gnon>, July 13, 2014 by Nyan Sandwich
이것이 암흑계몽주의(Dark Enlightenment)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문명화 프로젝트의 본질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모든 논의가 가장 일상적인 제도 — 결혼과 가족 — 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살펴본다. 진보주의적 침투가 전통적 제도를 어떻게 공동화시키는지를 파헤쳐볼 예정이다.
- 참고 문헌 -
Nyan Sandwich, "Don't Trust God" (https://archive.md/g30Qa)
Nyan Sandwich, "Capturing Gnon" (https://archive.md/aN2L0)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