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익 종교인을 향한 불친절한 공개서한 8편

좌우익 종교인을 향한 불친절한 공개서한 8편


전환: 해부 대상이 바뀐다


1편부터 7편까지 이 에세이는 종교라는 시스템을 해부했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이라는 아브라함 계통의 세 종교를 중심으로, 불교, 힌두교, 신토, 유교, 페이건(Pagan)까지. 그 해부의 결론은 하나였다. 종교는 형태가 무엇이든 같은 구조를 반복한다. 절대적 진리의 주장, 초월적 권위에 의한 정당화, 내집단 강화와 외집단 배타성, 이단 처벌, 삶의 주체성 박탈.


그리고 7편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종교를 비판하는 이념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 진보주의, 리버럴리즘, 사회주의는 종교의 대안이 아니라 종교의 세속화 버전이다. 신을 제거한 청교도주의의 후손.


9편부터 14편은 이 결론의 연장선이다. 해부 대상이 바뀐다. 종교 자체에서 그 세속화 버전인 진보주의로, 그리고 더 넓은 문명론으로. 같은 방식으로, 같은 냉정함으로.


다만 여기서 독자에게 미리 밝혀야 할 것이 있다.


9편부터 등장하는 분석 도구들 — 커티스 야빈(멘시우스 몰드버그)의 울트라칼빈주의 테제, 닉 랜드의 Gnon 개념, 울프 티비(Michael Anissimov가 운영했던 지금은 폐쇄된 블로그 More Right (https://archive.md/www.moreright.net)에서 Nyan Sandwich라는 필명을 사용했고, 그 외에 Warg Franklin이라는 필명도 사용했으며 이후 Jonah Bennett(과거 NRx 성향 커뮤니티 Hestia Society에서 Hadley Bennett, Aimless Gromar 등의 필명 사용)과 Palladium Magazine을 공동 창립했다)의 제도 포획 이론, 스티브 세일러(Steve Sailer)의 다윈주의(darwinism) 분석 — 이것들은 소위 신반동주의(Neoreaction, NRx) 혹은 암흑계몽주의(Dark Enlightenment) 계열로 분류되는 사상가들의 작업이다. 서구 지식 지형에서 우익, 때로는 극우로 분류되는 진영이다.


이 사상가들을 분석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이 그들의 결론 전체를 수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1~7편이 종교를 해부할 때 기독교 신학자의 텍스트를 인용했다고 해서 기독교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듯, 9편 이후가 멘시우스 몰드버그와 닉 랜드를 인용한다고 해서 NRx의 정치적 결론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 사상가들이 진보주의의 종교적 구조를 분석하는 방식은 (그들이 도달하는 정치적 처방과 별개로) 독립적인 분석 가치를 가진다. 몰드버그와 랜드는 9~11편에서 주로 등장하는 분석 도구이며, 12~14편은 그와 별개의 논점(진화론적 유물론, 전통의 재해석, 문명의 순환)을 다룬다.


이들이 도달하는 대안적 처방들(멘시우스 몰드버그의 신관방주의(Neocameralism)와 패치워크(Patchwork), 랜드의 우익 가속주의(Right Accelerationism), 울프 티비의 위계적 질서론)은 각자의 논리적 귀결로서 존재한다. 그것들을 긍정적으로 검토할지 말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이 에세이가 그 판단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분석 도구'와 '그 도구가 가리키는 방향'은 별개다. 이 에세이는 전자를 빌릴 뿐이다.


1~7편이 종교라는 시스템을 해부하면서 어떤 이념적 대안을 섣불리 제시하지 않았듯, 9편 이후도 마찬가지다. 진보주의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데 이 도구들을 사용하되  그 도구들 자체도 비판적으로 읽혀야 한다.


해부 대상이 바뀌었을 뿐, 해부의 방식은 같다.


앞으로의 편들이 다룰 것들을 미리 짚어둔다.


9편 — 신 없는 세계에서도 종교를 믿는 자들이 있다. 진보주의적 무신론이 어떻게 기독교의 구조를 반복하는지를 몰드버그의 울트라칼빈주의 테제로 추적한다.


10편 — 좌파도 우파도 찰스 다윈을 두려워한다. 진화론을 자기 입맛대로 왜곡하는 양쪽의 공모를 해부한다.


11편 — Gnon 앞에서 문명은 무엇을 포획했는가. 제도가 어떻게 특정 방향으로만 작동하는지를 들여다본다.


12편 — 제도가 무너질 때 가장 먼저 소모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13편 — 종교라는 유전병의 기원으로 돌아간다. 진화, 유물론, 그리고 전통을 다시 읽는다.


14편 — 문명은 우로보로스처럼 자신을 포식하며 재생한다. 순환의 끝에서 냉혹한 현실주의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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