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성호사설 15권 중 이혼(離昏)

이혼(離昏)


 


우리나라 법률에는 출처(出妻)에 대한 조문이 없다. 유모(兪某)란 자가 그 아내의 음란한 행실을 들어 관가에 고하고 두 번이나 소송을 제기했으나 송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아내 역시 성질이 패만하여 부부의 체통이 없었다. 그러나 중신(重臣)들은 모두 국법에 출처의 조문이 없다 하여,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비록 출처의 조문이 없지만 출처하지 않는다는 증거는 또 어디에 있는가?


출처하는 것이 진실로 폐단은 있으나, 부모에게 불효하고 음란한 행실이 있어 도저히 그대로 둘 수 없는 여자도 끝내 국법에 의하여 축출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한다.


남녘 고을에 사는 박(朴) 아무란 자의 아내는 성질이 악독했는데 하루는 달아나 간 곳이 없었다. 그래서 옥사가 되었는데, 옥관은 그 아내가 남에게 피살되었다고 의심하고 박모에게 가혹한 형벌을 가하여 겨우 죽음만 모면하였다. 그 후에 명문의 딸을 맞아 아내를 삼았는데, 전처가 그제야 나타났으니 이 같은 사건은 또 어떻게 처리되어야 할 것인가?


혹자는, “여자가 죄 없이 쫓겨나는 것을 고려한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죄가 있어도 쫓아내지 못하면 무한한 폐단이 있다는 것은 어찌 고려하지 않는가?


풍속이 퇴폐하는 원인은 규문에 달려 있으므로, 천만 가지 죄악을 쉽사리 금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만약 혹자의 말과 같다면 성인이 예절을 제정할 때 어찌 부녀자를 위하여 깊은 고려가 없었겠는가만, 칠거(七去)의 조문을 말한 것은 또 무슨 까닭이겠는가?


도둑을 다스리는 데는 마땅히 엄밀하게 다루어야 하므로 간혹 형벌을 남용하여 양민들이 폐를 입는 자가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도둑 잡는 법을 금지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지금 풍속이, 악독한 아내 앞에서 숨을 죽이고 눈을 감기를 마치 하동 사자후(河東獅子吼)와 같이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주-D001] 이혼(離昏) :


《類選》 卷3上 人事篇 親屬門.


[주-D002] 칠거(七去) :


아내를 내쫓는 일곱 가지 이유. 시부모에게 불순한 것, 자식이 없는 것, 음행이 있는 것, 투기하는 것, 악질(惡疾)이 있는 것, 말이 많은 것, 도둑질하는 것임.


[주-D003] 하동 사자후(河東獅子吼) :


이는, 진계상(陳季常)이 워낙 사나운 처 하동 유씨(河東柳氏) 앞에서 옴쭉도 못하는 몰골을 조소한 것. 소동파(蘇東坡) 시에, “河東獅子吼 手杖落地驚”이라 하였음.


ⓒ 한국고전번역원 | 정지상 (역) | 1978

[출처] 성호사설(星湖僿說) 제15권 [1번] 인사문(人事門) 이익(李瀷 1681년-1763년) |작성자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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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어 번역 - 


우리나라 법률에는 남편이 아내를 내쫓는, 이른바 ‘출처(出妻)’에 대한 규정이 없다. 유모(兪某)라는 사람이 자기 아내의 음란한 행실을 문제 삼아 관청에 고발하고 두 번이나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아내 역시 성격이 사나워서 부부로서의 체면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조정의 대신(大臣)들은 "국법에 아내를 내쫓는 조항이 없다"며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비록 법에 출처에 대한 조항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출처가 불가능하다는 증거는 또 어디 있는가?”


물론 아내를 쫓아내는 일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부모에게 불효하고, 음란한 행동을 일삼아 도저히 그냥 둘 수 없는 여자까지도 법적으로 쫓아내지 못한다면, 그게 과연 옳은가?


예를 하나 들겠다. 남쪽 지역에 사는 박 모 씨의 아내는 성격이 지독하게 나빴는데, 하루는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되었다. 일이 커져서 옥사(獄事)로 번졌고, 관리들은 그 아내가 누군가에게 살해되었을 것으로 의심하여 박 씨에게 가혹한 형벌을 가했다. 그는 겨우 목숨만 부지할 수 있었다. 이후 박 씨는 가문의 딸과 재혼했는데, 뜻밖에도 전에 사라졌던 전처가 다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또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어떤 사람은 “여자가 죄도 없이 쫓겨나는 경우를 막기 위해 법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죄가 있는 여자조차 쫓아낼 수 없다면, 그로 인해 생기는 폐단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풍속이 문란해지는 원인은 결국 가정, 특히 여성의 규범이 무너지는 데 있다. 그렇게 되면 사회 전반에 온갖 악행을 금하기 어려워진다.


혹자의 말처럼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법이 없다면, 예로부터 성인(聖人)들이 예절을 제정할 때 여성을 위한 고려가 없었겠는가? 그런데도 왜 굳이 '칠거지악(七去之惡)'이라는 아내를 쫓아낼 수 있는 일곱 가지 사유를 명시했겠는가?


도둑을 다스리는 일은 분명 엄격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간혹 형벌이 남용되어 선량한 백성이 피해를 입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둑을 다스리는 법 자체를 없애자고 주장한 예는 없다. 그런데 지금 세태를 보면, 악독한 아내 앞에서 숨죽이고 눈도 제대로 못 뜨는 남자들이 마치 ‘하동 사자후(河東獅子吼)’ 앞에 선 진계상(陳季常) 꼴이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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