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랜드, IQ 분쇄기
IQ 분쇄기(IQ Shredders)
닉 랜드, 2014년 7월 17일
기술상업주의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반(反)기술상업주의 논거는 무수히 많다. 혼란과 불안정을 용납하지 못하는 봉건적 감수성에 호소하거나, 전통적인 위계질서와 삶의 방식을 숭상하는 주장이라면 무엇이든 잘 먹힌다. 하지만 도덕적·미적 취향 같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기준에서 완전히 벗어난, 즉 철저히 내부의 논리만을 파고드는 독보적인 논거가 하나 있다. 이 주장은 초(超)자본주의적 사회 구조를 옹호하는 이들에게 다른 가치를 소중히 여기라고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런 사회 구조가 생물학적 차원에서 명백히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차갑고 날카롭게 지적할 뿐이다. 이 논거를 가장 파괴적인 형태로 정립하고 직관적인 이름을 붙인 이는 스팬드렐(Spandrell)이었다. 그는 2013년 3월 싱가포르에 관한 글을 올리며, 이 도시 국가를 'IQ 분쇄기'라고 명명했다.
IQ 분쇄기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 구조에 담긴 깊은 사회역사적 아이러니를 이해하고 나면, 그 기본적인 작동 방식을 설명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대표적인 IQ 분쇄기 모델은 신반동주의적 성향이 강한, 고도의 성장을 구가하는 자본주의 정체(政體)다.
(1) 이 사회는 문명화 수준과 사회 질서가 무척 높아 재능 있고 유능한 인재들이 매력을 느낀다.
(2) 이민 정책은 한 치의 타협도 없이 철저히 선별적이다. 즉, 1차적인 우생학적 기준을 적용한다.
(3) 모든 성인에게서 생산적 활동을 이끌어내는 데 대단히 효과적인 경제 구조를 유지한다.
(4) 더 넓은 상업적 네트워크 안에서 효율적으로 특화되어 있다. 이 네트워크에 가치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그곳에서 경제적·인구학적 자원을 흡수한다.
요약하자면, 이 사회는 지역을 넘어 전 세계의 우수한 인간의 유전적 자원을 싹쓸이한다. 생물학적 특권을 지닌 인적 자본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엄격한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유전적 자질은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디에 있든 낭비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경제적 보상이라는 자발적인 흐름이 인재를 끌어들이고, 이들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쥐어짜낸다.
만약 이 이야기가 그저 끔찍하게만 들린다면, 이 논거는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당신에게는 이런 설명이 필요 없다. 반대로, 이곳에 자석처럼 이끌려오는 이민자들처럼 이 모습에서 지상낙원의 환상을 보았다면, 다음 이야기에 주목해야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진보한 신반동주의적 사회 질서 모델(홍콩과 싱가포르)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들은 흔들리지 않는 민족적 전통과 역동적인 기술·경제적 성과를 결합하여, 개방적이면서도 스스로를 보호할 줄 알고, 문명화되어 있으며, 사회적으로 안정된 고성능·고성장 거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스팬드렐이 설명하듯, 그 결말은 유전적 소멸이다.
리콴유 전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도] 계속 발전하겠지만, 1인당 GDP 측면에서 보면 격차가 여전히 너무나 큽니다. 반면 우리는 유입되는 인력을 선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똑똑한 인도인, 똑똑한 중국인, 똑똑한 백인들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인구 증가는 곧 인재의 증가를 의미합니다.”
똑똑한 인도인과 중국인이 얼마나 되겠는가? 당연히 무한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들이 싱가포르에 와서 무엇을 하겠는가? 금융과 마케팅이라는 치열한 무한 경쟁에 뛰어들어 출산율을 0.78까지 떨어뜨릴 뿐이다. 그저 당신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소중한 유전자를 낭비하는 셈이다. 싱가포르는 그야말로 IQ 분쇄기다.
이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자본주의적 대응은 반인본주의적 가속주의를 더욱 밀어붙이는 것이다. 유전적 자원의 소멸 속도가 이처럼 지속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다면, 전체 시스템이 파국을 맞이하기 전에 인류를 스스로 지능을 진화시키는 로봇화된 자본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반동주의 진영에서 이러한 제안을 달가워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IQ 분쇄기 딜레마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짐(Jim, James A. Donald) (특히 이 글과 이 글, 그리고 이 글)이나 시스터 와이(Sister Y) (이 글과 이 글)의 논의를 뛰어넘어 유독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시스템이 작동시키는 '1차적 우생학' 때문이다. 이 기계들은 특출한 유전적 자질을 지닌 인구를 한곳에 집중시킨 다음, 이들을 사실상 부분적으로 거세한다. 바로 이 1차적(지역적) 우생학 때문에 2차적(전 지구적) 역(逆)우생학이 그토록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지니게 된다.
문제는 이처럼 적나라하게 제기되었다. 섣부르게 그럴듯한 해결책을 내놓으려 하기보다, 우리는 당분간 이 인지적 고통 속에서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추가: 망간(Mangan)은 IQ 분쇄기 개념을 태평양 연안의 특정 도시 국가라는 제한된 사례를 넘어 유용하게 일반화해 준다.
추가: 짐(Jim) 역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추가: 출산에 관한 거짓된 의식.
추가: 도시를 옹호하는 헐록(Hurlock)의 견해.
- 원문 링크: https://archive.md/FGFpl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