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번햄, 지배계급의 구성과 성격

제임스 번햄, 『마키아벨리주의자들: 자유의 수호자들』


제3부 모스카: 지배계급론


III 지배계급의 구성과 성격


모스카는 다윈의 진화론을 사회에 직접 적용하려는 여러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생물학적 진화 과정과 간접적으로 유사한 사회적 경향은 존재한다고 본다.


“생존 경쟁은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려는 경쟁과 혼동되어 왔다. 그러나 우월성을 둘러싼 경쟁이야말로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에서 막 야만 상태를 벗어난 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 사회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모든 사회 내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살펴보면, 생존 경쟁보다 우월한 지위를 둘러싼 경쟁이 훨씬 더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곧 알 수 있다. 어떤 사회 집단에서든 개인들은 더 높은 지위와 부, 권력, 그리고 자신의 뜻대로 수많은 사람의 행동과 의지를 움직일 수 있는 수단과 권한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 물론 이 경쟁에서 패하는 쪽은 다수지만, 그렇다고 생존 경쟁에서처럼 잡아먹히거나 제거되거나 자손을 남기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다만 물질적 풍요를 덜 누리고, 무엇보다 자유와 독립을 더 적게 누릴 뿐이다. 오히려 문명사회에서는 흔히 말하는 자연선택의 과정에 따라 하층 계급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층 계급보다 더 많은 자녀를 낳는다. 또한 하층 계급에 속한 사람이라도 결국에는 먹을 빵과 짝을 얻게 된다. 비록 그 빵은 거칠고 힘겹게 얻은 것이고, 그 짝 역시 그다지 매력적이거나 만족스럽지 않을 수는 있지만 말이다.” (『지배 계급』 29~30쪽)


이 ‘우월한 지위를 둘러싼 경쟁’의 결과는 누가 지배계급의 일원이 될 것인지, 또 누가 그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이 경쟁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시 말해, 지배계급의 일원이 되거나 그 자리를 지키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무엇보다 형식적인 설명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각 시대의 지배계급은 자신들이 뛰어난 도덕성이나 지성, 혈통, 인종적 유산 덕분에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스카는 모든 마키아벨리주의 사상가들처럼 그런 말뿐인 설명을 넘어, 실제로 무엇이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실에 주목한다.


모스카는 어떤 사회에서든 지배계급에 진입하거나 그 지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질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깊은 지혜나 이타심, 자기희생의 정신은 그런 자질에 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덕목은 대체로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평온하고 안정된 시대에도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성실하게 일하는 능력이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야망이다. 세상에서 성공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다른 사람들을 앞서 나가겠다는 결심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자질은 지나치게 예민한 감수성이나, 솔직히 말해 ‘선량함’과는 좀처럼 양립하기 어렵다. 앞서 나가려면 누군가는 뒤로 밀려나야 하는데, 진정한 선량함은 그들이 입는 피해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을 다스리는 데에는 정의감보다도, 이타심보다도, 심지어 폭넓은 지식이나 넓은 시야보다도 더 유용한 자질이 있다. 그것은 사태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 개인과 대중의 심리를 재빨리 파악하는 직관, 강한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다. 마키아벨리가 코시모 데 메디치의 입을 빌려 ‘국가는 기도(祈禱) 만으로 다스릴 수 없다’고 말하게 한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지배 계급』 449~450쪽)


지배계급에 들어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계급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물론 혈통만으로 한 가문이 영원히 지배계급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서도 모스카는 마키아벨리와 마찬가지로 ‘운’이 차지하는 역할을 결코 작지 않게 본다.


“성공하려면 어느 정도의 노력은 거의 언제나 필요하다. 그 노력은 사회에 실제로 기여하는 일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거기에는 반드시 어느 정도의 ‘능력’,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게 만드는 기술이 더해져야 한다. 그리고 흔히 ‘운’이라고 부르는 요소도 조금은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순간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한 사람을 크게 돕기도 하고, 반대로 심각한 타격을 주기도 한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가장 큰 행운, 또는 가장 큰 불운은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느냐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지배 계급』 456쪽)


성실하게 일하는 능력, 야망(마키아벨리가 말한 비르투(Virtù)), 어느 정도의 냉정함, 그리고 출신과 환경이 가져다주는 운. 이런 자질은 시대와 사회를 막론하고 지배계급에 진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여기에 더해, 사회마다 달라지는 또 다른 자질들이 있다.


“지배층 소수는 대체로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높이 평가되고 큰 영향력을 지니는 어떤 특성, 실제든 겉으로 보이는 것이든, 하나쯤은 갖추고 있다.” (『지배 계급』 53쪽)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생계를 주로 어업에 의존하는 사회에서는 뛰어난 어부가 유리하고, 군사 중심 사회에서는 유능한 전사가, 종교성이 강한 사회에서는 뛰어난 성직자가 우위를 점한다.


이처럼 권력을 얻는 데 필요한 자질은 사회의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생활환경이 변하면 그 자질도 함께 바뀐다. 종교의 영향력이 약해지면 성직자의 중요성도 줄어들고, 어업 중심 사회가 농업 중심 사회로 바뀌면 뛰어난 어부의 사회적 위상도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따라서 사회 전반의 생활조건이 변하면 지배계급의 구성 역시 그에 맞춰 크게 달라진다.


지배계급을 이루는 여러 집단은 모스카가 말하는 ‘사회적 힘’을 대변하거나 대표하고, 통제하거나 이끈다. 이러한 사회적 세력은 시대에 따라 그 수와 중요성이 끊임없이 달라진다.


모스카가 말하는 ‘사회적 힘’이란 사회와 정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인간 활동을 뜻한다. 원시사회에서는 전쟁과 종교가 대체로 가장 중요한 사회적 힘이었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사회적 힘이 될 수 있는 정신적·물질적 영향력의 종류도 늘어난다. 예를 들어 산업과 상업이 발전하면 토지 재산과 더불어 화폐와 금융 자산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교육은 발전하고, 과학 지식에 기반한 직업도 점점 더 큰 비중을 갖게 된다.” (『지배 계급』 144~145쪽)


전쟁, 종교, 토지, 노동, 화폐, 교육, 과학, 기술적 전문성은 모두 사회가 그것들을 중심으로 조직될 때 사회적 힘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배계급과 그것이 지배하는 사회의 관계는 결코 자의적인 것이 아니다. 사실 장기적으로는 그럴 수도 없다. 특정한 지배계급이 특정한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바로 그 사회에서 작동하는 주요한 사회적 힘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종교라는 사회적 힘의 중요성이 약해지면, 종교를 장악함으로써 지위를 유지해 온 지배계급의 한 부분도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쇠퇴한다. 만약 지배계급 전체가 주로 종교를 기반으로 성립해 있었다면, 그 지배계급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경우에는 성격을 바꾸게 되고,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다른 세력에게 권력을 빼앗기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전에는 농업 중심이던 사회에서 상업이 발전하거나, 응용과학처럼 새로운 주요 사회적 힘이 등장하면 기존 지배계급은 두 갈래 가운데 하나의 길을 걷게 된다. 하나는 새로운 힘을 주도할 만큼 유연하게 적응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새로운 인물들을 지배계급 안으로 받아들이는 일도 뒤따를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다. 그러면 새로운 사회적 힘의 지도층이 기존 지배계급 밖에서 성장하고, 시간이 지나면 기존 지배계급의 사회적·정치적 지배권에 도전하는 혁명적 세력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처럼 새로운 사회적 힘이 성장하고 기존의 사회적 힘이 쇠퇴하는 과정은, 지배계급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편되는 과정과 대체로 맞물려 진행된다.


지배계급은 자신의 역할과 지위를 모스카가 말하는 정치적 공식(political formula)을 통해 표현한다. 이 공식은 지배계급의 통치를 합리화하고, 그들이 지배하는 사회 질서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정치적 공식은 예를 들어 ‘인종 신화(racial myth)’의 형태를 띨 수도 있다. 당시 독일이나, 흑인과 황인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가 그런 사례다. 이 경우 통치는 우월한 인종이 당연히 누려야 할 특권으로 설명된다.


또 다른 형태는 ‘신권(divine right)’ 사상이다. 이는 16~17세기 절대왕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발전한 이론이나, 당시 일본에서 볼 수 있었던 논리다. 여기서는 통치권이 신성과 특별한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설명되며, 실제로는 신의 혈통을 직접 이어받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공식은 고대 사회에서 매우 흔했으며, 오늘날에도 그 효력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이 책이 쓰인 당시 미국에서 작동하던 정치적 공식은 ‘국민의 의지(the will of the people)’에 대한 믿음이다. 이 경우 통치의 정당성은 선거나 투표와 같은 절차를 통해 표현된 국민의 의사나 선택에서 나온다고 여겨진다.


“정치적 공식은 그것이 통용되는 사회의 문명 수준에 따라 초자연적 신념에 기초하기도 하고, 실제 현실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이성적으로 보이는 관념에 기초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그것이 과학적 진실에 부합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양심적인 관찰자라면, 신이 특정한 개인이나 가문에게 자신의 백성을 대신 다스릴 권한을 부여했다는 진짜 문서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처럼, 아무리 보통선거가 자유롭게 실시되더라도 선거 결과가 국민 전체의 의지, 심지어 다수의 의지를 그대로 표현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 공식이 대중을 복종시키기 위해 교묘하게 꾸며낸 허황된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심각한 오류에 빠지게 된다. 정치적 공식은 인간의 사회적 본성에 존재하는 실제 요구에 부응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단지 물질적 힘이나 지적 우월성 때문에 지배받는 것이 아니라, 어떤 도덕적 원리에 근거해 통치받고 있다고 믿기를 원한다. 이러한 보편적인 요구는 의심할 여지 없이 현실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배 계급』 71쪽)


이러한 정치적 공식, 곧 이데올로기와 신화의 문제는 뒤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므로, 여기서는 두 가지만 덧붙여 두겠다.


첫째, 한 나라에서 사용되는 정치적 공식은 흔히 여러 나라가 공유하는 더 큰 신화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각국의 정치적 공식은 공통된 기본 주제를 조금씩 달리 변형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광범위한 신화의 대표적인 예로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와 같은 세계종교가 있다. 이들은 초기의 많은 종교나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일본의 신토처럼 특정한 민족이나 국가에만 결부된 종교와는 다르다. 또 하나는 인간의 선한 본성, 국민의 의지, 인도주의, 진보와 같은 관념을 바탕으로 형성된 신화로, 루소가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모스카는 현대의 집단주의 신화를 이러한 루소식 민주주의 신화가 논리적으로 발전한 결과라고 본다.


둘째, 역사적 경험이 보여주듯 정치적 공식의 일관성과 권위는 특정한 사회질서가 유지되는 데 필수적이다. 정치적 공식이 바뀌더라도 사회를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그 변화는 급격해서는 안 되며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적 공식은 사회질서를 하나로 묶어 주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한다. 그 공식에 대한 회의가 사회 전반으로 퍼지면, 결국 사회질서는 안에서부터 서서히 침식되고 해체된다.


아마도 이런 사실을 반쯤은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강력하고 오래 지속된 사회일수록 저마다의 ‘전통’을 소중히 지켜 왔다. 대개 그런 전통은 역사적 사실과 크게 맞지 않았고, 교육받은 사람들조차 더 이상 문자 그대로 믿기 어려운 것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로마, 일본, 베네치아처럼 오랫동안 존속한 국가들은 오래된 정치적 공식,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관습과 이야기, 의례를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들을 이성적으로 비판하거나 권위를 허무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엄격하게 대응했다. 결국 아테네가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회의 존속이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아테네의 선택은 어쩌면 옳았는지도 모른다.


James Burnham, The Machiavellians: Defenders of Freedom (Endeavour Media Ltd, 2019), pp. 6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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