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설계를 위한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정당성

제3장. 지도자론 - (2)


국가 설계를 위한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정당성


지도자와 설계자 — 감정과 기능 사이의 방화벽


국가는 설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설계는 기여와 책임, 보상과 통제를 명확히 구조화한 기능적 기계여야 한다.

그러나 이 기계가 아무리 정밀하고 정당하게 작동하더라도, 그 자체로 대중의 신뢰를 획득하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설계로 감동받지 않으며, 구조를 이해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스템이 아니라 상징을 찾는다.

그러므로 국가 시스템 설계자는 은닉될지언정, 그 설계 구조를 감정적으로 해석해줄 전면적 대리인, 곧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필요하다.


국가가 작동하려면, 대중은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어야’ 한다.

그러나 존재는 감정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무효화된다.

지도자는 바로 그 공백을 메우는 장치다.

그는 시스템의 외피이자, 대중의 심리를 방어선 바깥에서 정돈하는 심리적 접점이다.

그의 역할은 설계를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기능을 신화처럼 말하고, 기여를 서사처럼 포장하며, 통제를 공감으로 번역하는 존재.

그가 없을 때, 체제는 존재하되 ‘느껴지지’ 않으며, 그럴 경우 체제는 조만간 파괴된다.


이 점에서 지도자는 정치적 연기자다.

홉스가 말한 리바이어던이 인간을 두려움으로 통제했다면, 여기서의 지도자는 감탄과 안정감으로 작동하는 방화벽이다.

마키아벨리의 기술적 통치론에 따르면 그는 “필요할 땐 사자처럼, 유용할 땐 여우처럼” 보여야 하며, 유교적 시선에서는 하늘의 명을 받든 자처럼 격조 있는 말과 행위로 의례와 명분을 구현해야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는 국가 시스템 설계자라기보다는, 설계의 감각적 매개체다.


국가 시스템 설계자와 지도자는 가능하면 분리되어야 한다.

그 분리가 유지될 때, 시스템은 감정의 왜곡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체제의 초기 설계 단계나 비상 국면에서는 한 인물이 이중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때에도 시스템은 그 인물의 개인성과 감정을 구조에 귀속시키지 않는 분리 장치를 유지해야 한다.

권력이 인격화되는 순간, 기능은 기만이 되고, 설계는 원시적 신화로 타락한다.

그리하여 지도자는 선출되지 않으며, 감정적 요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대중을 최우선하지 않으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대중은 정치적 주체가 아니다.

그들은 시스템을 소비하고, 감정으로 반응하며, 이해되지 않는 기능을 쉽게 적대한다.

그들의 신뢰는 조건 없이 요구되지만,

그들의 기여는 대부분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국가가 그들의 감정을 직접 상대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도자는 그 감정을 수용하는 방화벽이며, 국가 시스템 설계자는 그 방화벽 너머의 관리자다.

이 분리는 대중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예측 불가능성과 자기중심성을 고려한 기술적 보안 조치다.


국가는 구조로 작동하고, 지도자는 그것을 감정적으로 연기한다.

그는 교체될 수 있으나, 가능하면 대중에 의해서도 그렇다고 특정 이권 카르텔에 의해서도 함부로 교체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 시스템 설계자는 작동 상태만을 기준으로 그를 판단하며, 그 판단은 공개되지 않는다.

국가는 작동할 뿐, 투표되지 않는다.

그 작동은 과로하는 무명의 국가 시스템 설계자(혹은 설계자들)에 의해 유지되고, 지도자는 그것을 실감하게 만드는 연기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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